세상의 이치가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어요.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어요. 흔히 말하는 부귀영화란 삶과 죽음 가운데 끼어든 복권과도 같은 것이지요. 태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는 것 역시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어머니가 일반 병실에 있다가 위독해서 중환자실로 옮겼다가 다시 노인전문 요양병원으로 옮겼어요. 그런데 거기는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을 따로 받아 병실이 다른데 치매 노인, 중풍 노인 등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분들만 있어요. 바로 옆방이 할아버지 병동인데 거긴 역시 중풍이나 치매 노인들이 대부분이에요. 식물 인생을 사는 분도 있고. 간 병사 한 분이 열 명의 노인을 감당하는데 참으로 힘들겠어요.
간병인에게는 과거에 뭐 했던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줌 똥을 휠체어라도 타고 가서 보는 분을 최고로 쳐요. 대부분이 기저귀를 차고 있는데 항문의 괄약근이 고장이 나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배설하니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것을 이해해야겠지요. 그런데 그 병실에는 무대학교의 박사 교수가 한 분 있고 영관급 장교가 한 명, 그리고 중소기업 회장 했던 분이 한 명 있어서 다른 병실에 비해 고급 두뇌들이 많아요.
아! 최 목사도 있네요. 옛날에는 부흥 목사였대요. 수많은 신자를 열광시켜 하나님에게 인도한 그 목사, 그러나 고급두뇌면 뭐하나요. 모두가 기저귀 인생인데. 누가 나중에 기저귀 차고 어기적거릴 줄이나 알았나요.
김 박사 윤 장군(예우상) 박 회장, 이분들의 공통 특징이 있다면 기저귀를 찼다는 것과 때 없이 배설을 해서 간병인들을 화나게 한다는 거에요. 특히 김 박사가 심해서 치매기가 있어선지 툭하면 똥을 싸서 간병인에게 가끔 볼기를 맞아요.
"또 쌌어! 김 박사 자꾸 그러면 매매할 거야!"
하면서 눈알을 부라려요.
그리고 최 목사,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똥을 싸는데 미안하고 양심이 있는지 가끔 안 쌌다고 거짓말을 해요. 그러면 간병인이 "목사가 거짓말하면 안 돼! 하느님이 화내!"
하면서 역시 코를 잡아 비틀어요.
장군도 마찬가지에요. 장군이 졸병만치도 못하다면서 손바닥 내밀라고 그래요. 그럼 벌을 받는 줄 알고 이불 속으로 숨어요. 그래서 죽음의 문턱에 올 때 좋은 죽음 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 같아요. 죽는 복이 있어야 그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잠자듯이 그대로 하늘나라로 가는 죽음, 멸시받지 않고 후손들에게 기억되는 그런 죽음, 품위있는 죽음,
그게 제일 좋은 죽음 같아요.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죽기에, 장군이나 박사나 정신이 말짱했을 때 호칭이지 정신이 떠난 육신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요. 남 보기 좋은 육감적인 몸매, 용모 등 살(肉)로 이어진 모든 것은 젊어서는 출세와 쾌락의 도구이지만 늙어서는 아픔과 괴로움의 원인이 되지요. 잠시 내 몸에 붙어 있다가 물이 빠지면 떠나가는 나그네이지요. 물이란 피와 살인데 이게 다 물이에요.
그래서 기도제목을 이렇게 붙였어요.
"주님 제발 제게 기저귀를 가깝게 하지 말아주세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답게 죽게 해소서 똥 싸지 말고…. 아멘
[출처]
http://mhj21.com/sub_read.html?uid=5531§ion=section1